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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곧, 있을

by 연안 어귀 2021. 5. 11.

닳아 유순해진 열의를 저만치 밀어둔 채, 잠시 침잠하기를 원했다.

 

언제쯤 해묵은 기대가 지칠지, 날을 헤아리기를 멀리하고

의식을 흐리며 어딘가에 맡겨둔 꿈결을 애타게 기다린다.

 

미약한 광휘가 아름답다며, 곧 저물 해를 떠올리니

호선 위가 익숙하여 잊힌, 방울져 떨어진 그 옛을

번진 풍경채를 한없이 헤매여 다시 찾을 게 선했다.

 

차올라, 종래에는 가라앉을 한 때의 탄식이 아직 들릴까.

달뜬 숨소리는 희열을 빙자해, 또다시 묵빛으로 채색될까.

 

그리하여, 나는 짧은 안식으로 하여금 회상한 길을 닦아놓겠다.

 

그 작은 편린에 남을, 일그러진 기억이 변질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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