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 유순해진 열의를 저만치 밀어둔 채, 잠시 침잠하기를 원했다.
언제쯤 해묵은 기대가 지칠지, 날을 헤아리기를 멀리하고
의식을 흐리며 어딘가에 맡겨둔 꿈결을 애타게 기다린다.
미약한 광휘가 아름답다며, 곧 저물 해를 떠올리니
호선 위가 익숙하여 잊힌, 방울져 떨어진 그 옛을
번진 풍경채를 한없이 헤매여 다시 찾을 게 선했다.
차올라, 종래에는 가라앉을 한 때의 탄식이 아직 들릴까.
달뜬 숨소리는 희열을 빙자해, 또다시 묵빛으로 채색될까.
그리하여, 나는 짧은 안식으로 하여금 회상한 길을 닦아놓겠다.
그 작은 편린에 남을, 일그러진 기억이 변질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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