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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언제나와 같은

by 연안 어귀 2020. 10. 29.

태양이 칭얼이는 이른 새벽이 왔다.

 

작은 컵을 끌어안고 보낸 오늘의 첫 밤은

피곤하더라도, 지새울 이유는 충분했다.

 

지평선을 넘은 여명, 한 실타래가 풀리고

창을 넘어서 이 텅 빈 방을 채워나간다.

 

달과 별이 기색도 없이 떠나가고

젖병이 떨어진 세상은 그 서슬에

화들짝, 놀라며 아침을 맞아간다.

 

오늘의 낮이 그 온기를 잃어갈 때는 내일의 첫 밤이자

오늘의 셋째 아이, 둘째 밤이 잉태될 무렵이었다.

 

자연이 든 저울에는 어떤 것이 올라가 있을까.

 

낮과 밤, 행복과 불행 그 사이의 모든 것을

나는 나를 추로 여겨 이곳에 남을 수 있을까.

 

반나절을 기다리지 못하는, 이 새로움에

나는 녹슬어 이 자리를 지킬 수나 있을까.

 

변화가 구슬퍼 나는 매일 세 걸음을 걷는다.

 

조금이나마 이 때를 더 회상할 수 있도록

또다시 들려온 울음소리에 맞춰, 발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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