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우의 목울대가 온몸을 비튼다.
잿빛이 선명한 하늘, 흐릿한 조명
각자의 숨통에 술잔이 기울어진다.
불타는 얼음으로, 막힌 가슴을 뚫어
적어도 그 흉터가 아물기 전까지는
이 갈증에 허덕이지 않기 위해서
묵묵히 그의 잔을 채우기만 한다.
나의 말로는 그를 채울 수가 없고
쏟아지는 한숨은 진심보다 크기에
그저, 나는 이 불편한 침묵의 안에
둘이되 홀로 남아 하릴없이, 텅 빈
술잔을 기울여 한 때를 음미할 뿐
기억의 모습을 잊어가는 약속임을
또 한 번 그의 잔을 채우며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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