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색

잔 속

by 연안 어귀 2020. 10. 29.

친우의 목울대가 온몸을 비튼다.

 

잿빛이 선명한 하늘, 흐릿한 조명

각자의 숨통에 술잔이 기울어진다.

 

불타는 얼음으로, 막힌 가슴을 뚫어

적어도 그 흉터가 아물기 전까지는

이 갈증에 허덕이지 않기 위해서

 

묵묵히 그의 잔을 채우기만 한다.

 

나의 말로는 그를 채울 수가 없고

쏟아지는 한숨은 진심보다 크기에

그저, 나는 이 불편한 침묵의 안에

 

둘이되 홀로 남아 하릴없이, 텅 빈

술잔을 기울여 한 때를 음미할 뿐

 

기억의 모습을 잊어가는 약속임을

또 한 번 그의 잔을 채우며 비운다.

' >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다  (0) 2020.11.10
나는 나를 찾는다  (0) 2020.11.07
투박함  (0) 2020.10.28
어느 날, 그다음을  (0) 2020.10.26
그리웠다  (0) 2020.10.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