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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벗꽃

by 연안 어귀 2020. 11. 18.

풍파에 비해 한 없이 작았던 내 벗이여.

 

정처를 잃은 듯, 결심의 어귀에서 서성인

혹여나 재차 회귀하는 궤도 위를 걸었던

멎은 풍경에서 과연 무엇을 투영했었나.

 

선명한 투명함에 젖어 굴절된 벗이여.

 

향을 피워 나를 불러내었던 초로의 너를

표피 아래에 묻어둔 채, 맡으며 보고 있어

이미 시들고만 꽃을 내 손등 위에 올리네.

 

혹시 이 작은 태동이 느껴지는가, 벗이여.

 

추억으로서 만족하며 지금에 남은 이여.

자네를 떠민 풍도를 타고 다시 왔다네.

 

그 때에 남겨두었던 한 떨기 내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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