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추의 바닥에 저울을 가져다 대었다.
어느 때인가, 무죄의 무게에 고개를 숙인
저지르지 않은 잘못에 마음을 졸이던 날
그 하루의 끝이 아닌 시작을 바랐던 나를
언젠가 올 때, 엮지 못한 손가락을 세우며
새기지 않은 약속에 온 기대를 보내던 날
그 하루의 맺음이 아닌 영원을 바란 나를
옛적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애꾸의 눈물은
낯익은 꿈결에 파묻혀 당연히 여겨질 테니
그 착각의 깨우침이 아닌 우매함을 바라며
헤아림을 포기할 수 있는 법을 헤매이며
바닥에 닿은 수많은 추를 받치는 날들을
그렇게 생의 영원이 아닌 맺음을 바란 나를
저울판의 바닥에 내 살갗을 가져다 뉘이며
없을 날 중, 바람이 멎을 시기를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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