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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편지

by 연안 어귀 2020. 11. 21.

낡음에 뭉개진 글자가 즐비했으나

나는 좀처럼 읽어낼 수가 없었다.

 

여림이 자라나, 그 명랑한 이상을

그저 서서히 키워나갈 때였을까.

 

거친 손길이 이 날을 해칠까 두려워

무심코 눈물을 짜내어 적셔내었다.

 

축축이 젖은 글이 번져 지워졌을까.

 

나는 또 한 번의 편지를 적어내었다.

 

어느 미래에, 읽을 수 없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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