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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by 연안 어귀 2020. 11. 24.

세월을 쓸어와 발 아래에 두고

이미 옛적에 죽은 불빛을 켜니

잿더미의 한 켠에 내가 보였다.

 

아주 조금 젊은, 고작 며칠 전.

 

앞을 시리도록 비추는 광명 속

지나가버린 후회를 추모하고

가라앉은 위안 안에 운명했다.

 

이토록 위약을 더욱 드높게 세워내어

살가죽 안에 새겨진 의미를 들춰내니

이는 곧 황혼이 된 지금을 풀이하겠지.

 

그러니, 우리는 이를 다시 고이 모아서

쌓여갈 뿐인 한탄을 명명하길 반복하여

아득하니 아주 오래도록 죽어갈 뿐이니

 

이는 결국, 내 삶의 단 한 줄기 빛이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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