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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손톱으로 찍어낸 것

by 연안 어귀 2020. 12. 11.

높다란 절벽 오래도록 긁어내

우리가 설 대지를 만든 파도가

내게는 그리도 외로워 보였다.

 

비산하는 물방울과 진흙 사이의

비좁은 공간 끝에 위태로이 앉아

 

낮밤이 교차하는 때를 하염없이

기다려 우두커니, 낡게도 지키니

 

어느 날의 흔적과 같이 우리는 결국 나와 너로

도형으로, 선으로, 점으로 되짚어 돌아가기를

 

끝내 한 해의 마지막 입김을 지워가듯

 

손톱 밑의 때로 빚어낸 내 의미와 함께

언젠가는 쓸려내려 갈, 우리의 평안

근심 없이 편히 몸을 뉘어둘 고향으로

 

어쩌면, 지난 날이 한스럽게도 지쳐있었던 것은

유난히도 애달팠던 내 청춘에 흉이 져버린 것은

지금의 내 심중이 그처럼 살아가라 했던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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