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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울

피학 어귀

by 연안 어귀 2020. 12. 21.

기댈만한 곳은 더 이상 없다.

 

우두커니 서서 성을 내는 썩은 기둥

지독한 한이 호선에 얼음꽃을 피운다.

 

뒷걸음질은 기피를 밟고 머무르기만을

바랐었던 호흡은 풍압에 형태를 잃었다.

 

이렇게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 것이라고 자위한다.

 

덧없는 시간으로 쌓았었다.

 

퀴퀴한 향이 지나온 때를 추모함을

도서관의 한 책장, 작별 인사로 메워

탑이 기움을 더하고 그림자를 만든다.

 

피학 어귀, 서성임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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