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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일련

by 연안 어귀 2021. 2. 15.

거리 위에 피어난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여내었다.

 

풍파에 익숙해져 끝내 둔탁해진 외벽을 부숴내고

힘들여 세운 열의를 흩어내던 바람을 조각내었다.

 

잿더미를 빚어 세운 숲에 태양은 떠오르지 않으니

우리는 좀 더 높은 곳을 선망하여 하늘을 우러렀다.

 

욕망은 우리를 만들었고, 또한 우리를 지어냈으니.

 

바람에 실린 열기가 남몰래 숨쉬던 불씨를 틔웠다.

 

끓어오르는 땀은 두꺼운 피부를 녹여내어 흐르고

발걸음이 진득하게 늘어붙어 굳은 살을 떼어내니

 

공든 숲이 몰락하며 언젠가 놓아둔 새싹이 돋아났으나

우거지는 수목 아래, 우리는 좀 더 환한 빛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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