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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그 날에

by 연안 어귀 2021. 3. 14.

언젠가 따오겠다는 약속이 떨어지는 날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을 셈하기 시작했다.

 

달뜬 숨이 빗어 내린 풀잎의 은은한 향기

뺨을 타고 내려오는 달빛의 수줍은 표정

여전히 생생하니, 느낌에 거침이 없었다.

 

다만, 내가 다짐했던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외투를 걸치고, 잠옷차림으로 발을 들었다.

그 날에 결여된 것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약속이 도달하고 난 뒤, 나는 도착했다.

 

나와는 다르게 여전히 앳된 얼굴의 그녀가 있던

그때의 자리에 서서 고개를 서서히 내려보았다.

 

그 날은 그때의 날에 머무르기를 원했었고

그때는 그 날의 때에 남아있기를 꿈꿨지만

 

조금은 자랐어도, 여전히 나보다 작은 아가씨가

내 발을 물끄러미 바라본 채 굳어 있는 걸 보니

그 날에 다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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