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다 (2)
흙내음이 난다. 한기가 피부를 오르고, 불에 달군 돌이 점차 식어간다. 생전 처음 보는 문자가 모든 시선을 가져갔다. 머무르고, 주저 앉고, 흐르는 동시에 가로 막힌 기묘한 형태의 글자가 사방에 가득하다. 작은 등불을 곁에 두고, 손으로 짚어가며 글을 읽는 이는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존재였다. 단단한 흙벽에서 서늘함이 스며나오고, 그가 들고 있는 석판을 더 차갑게 만든다. “이 위치는...” 석판의 뒤에 숫자를 새기고, 어질러진 방을 가로질러 침상 위의 배낭에서 지도를 꺼낸다. 베두로페에서 펼쳤던 상세한 지도가 아닌, 조잡하고 낡았으나 다른 부분이 있었다. 죽음의 땅 사라노아를 지나, 신드라의 강줄기를 따라 해양으로 향한다. 현재의 지도에는 없는, 둥란이라는 섬이 그려져있다. “항해, 표류, 귀환인가..
2021.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