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랑

나는 무엇을 보았나

by 연안 어귀 2021. 1. 21.

나는 보지 못했다.

 

두 갈래로 나뉘어진 숫자의 길 뒤편에

홀로 웅크려 작은 숨을 내쉬던 너를

나는 아쉽게도 보지 못했었다.

 

너는 나를 보았다.

 

이것이 과연 맞는 길일지 묻는 이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나는 보지 못했다.

 

고작 한 번의 까딱임으로 볼 수 있던

눈 밑에 매달린 작은 비명과 애달픔을

 

너는 보았지만 나는 그토록 애원하던

스스로를 보지 못했던 상상을 했었다.

' >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  (0) 2021.03.18
그 날에  (0) 2021.03.14
위하며  (0) 2020.12.11
석양  (0) 2020.12.08
사랑에  (0) 2020.12.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