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지 못했다.
두 갈래로 나뉘어진 숫자의 길 뒤편에
홀로 웅크려 작은 숨을 내쉬던 너를
나는 아쉽게도 보지 못했었다.
너는 나를 보았다.
이것이 과연 맞는 길일지 묻는 이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걸어가는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나는 보지 못했다.
고작 한 번의 까딱임으로 볼 수 있던
눈 밑에 매달린 작은 비명과 애달픔을
너는 보았지만 나는 그토록 애원하던
스스로를 보지 못했던 상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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