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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이
여전히 붉은 살갗 아래, 공들여 닳아버린 마음이 헐떡인다. 한 때는 최선이라 믿었고, 지금도 믿어 의심치 않고 있건만 고심 끝에 내린 막 뒤편을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둔 밤에 떠오르는 장면이 미워, 이불을 뒤집어 써 데웠다. 온 하루가 숨결이 되어 좁은 곳에 머무르니 숨이 막혀왔다. 억지로 호흡을 뱉어 빈 공간을 만든다. 번진 글과 흘러간 말을 주워 담아 마음 속에 기워냈으나 떠내려간 시절을 다시 표현하기엔 너무 달라진 자신이여. 홍조를 띈 가죽 아래, 미처 녹지 못한 서늘함을 보았는가. 내가 바란 길은 끝내 굽어져, 추억할 옛 자리로 돌아왔으나 언제나 쓰다듬어 닳아버린 약속들은 형태를 잃은지 오래다. 그리, 앞으로 물러난 나는 대체 어느 날이 그리웠을까. 아무 것도 모르던 때인가. 아니면,.. 2021. 7. 15.
아득함이
밤마다 두려움을 셈하기가 질린 때다. 표정을 잃은 감정에게서 느낀 불안감을 재우고 나아가지 못하는 바람을 달래는 법을 배우며 신뢰를 품에 끌어안은 채 아쉬움과 작별했다. 아침마다 허전함을 달래기가 힘겨웠다. 말을 잃은 입술은 맞닿기엔 너무 멀어보였고 잘 알지 못하는 걸 상상하는 건 무리였기에 쌓아둔 마음을 언젠가로 보내는 게 익숙했다. 낮마다 어리석은 생각들을 책망했다. 힘든 하루의 끝에, 내가 힘이 될 수 없음을 칭얼임을 들어도, 제대로 다독일 수 없음을 너무 느린 걸음에, 곁을 지켜줄 수 없음을 매일마다 울음과 웃음이 한가득 남았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게 눈에 보여서 무슨 일이 있을까, 자주 불러주는 게 들려서 혹시나 울지 않을까, 말을 삼키는 걸 알아서 매순간마다 항상 떠올리게 해주었다. .. 2021. 6. 4.
오늘이었던, 오늘이었을
하나를 셈한다는, 그 아침의 여명에서 나는 바른 마음을 선망함을 알았으며 둘을 세어 보이며, 이 정오의 작열에서 나는 눈이 부셔 디딘 곳을 바라보았고 셋이 되었음에도, 이 저녁의 황혼에서 발자국이 남지 않았음을 그제야 알아 다시 하나를 셈하며, 마지막 밝음에서 옳다는 것의 정의를 눈물로 지워내며 물길이 지난 흔적에서 악취를 맡았다. 그리 한 손을 떨굼에, 이제는 어둑한 길에서 옛, 혹은 오늘이었던 태양의 빛을 떠올리고 지난날에 누운 어린 맹세를 상기해내었다. 그런, 오물을 치우던 손에서 하나를 들어 한 때는 오늘이었을, 내일 아침을 셈했다. 2021. 6. 4.
취하지 않을
기움에도 넘어지지 않을, 혹은 않아야 할 하루를 한 날으로 축약하기에는 길었던 그 느리게 다가온 통증이 평범하기만한 그 오 일을 지새운다는 것의 끝맺음에 흔들려도 내일을 그리며, 혹은 그저 바란 휴일은 다음 날의 하루보다도 짧게 느낄 이토록 빠른 행복들은 멀게만 보였기에 그 이틀을 떠나보낸 것의 다음 기약을 항상 취기가 오른 걸음으로 지나옴에도, 취하지 않을 나와 너, 우리들의 한 주를 구슬피 달콤히도 들이킴을 2021. 6. 4.
이루기를 이르며
꿈은 떠오르는 상념과 같아 이룸과는 멀어질 뿐 언젠가 바랐다는 것이 바래질 즈음에야 이상이라는 말에 숨은 어리석음을 봤고 지금껏 미뤘다는 것이 믿겨질 즈음에야 두려움 뒤에 피어난 욕심을 알아차렸다. 이룸은 진의가 없는 본심같아 꿈과는 멀어질 뿐 인전에 선명하던 것이 선망된 즈음에야 미화되었던 동기 곁의 질투심을 느꼈고 오늘도 상기했던 것이 상상될 즈음에야 꾸준한 걸음과 겹친 나태함을 떠올렸다. 이뤄냄은 꿈에 젖은 잠같아 이룸과는 멀어질 뿐 종래에도 이루기를 이르며, 남지 않을 미련을 두었다. 2021. 6. 4.
처마 끝
곁에 있고 싶은지, 아니면 곁에 두고 싶은지 죄는 없겠으나 분명 사할 것은 있었다면서 처마 끝, 고인 물에 비친 하늘은 검었었기에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앞을 확신하고 있는. 곁에 남고 싶은지, 아니면 곁을 뜨고 싶은지 후회는 있겠으나 분명 이 길이 맞겠다면서 처마 끝, 온기가 맴도는 이곳은 어두웠기에 타오르는 불 역시 세상에 침전할 것이라며 무채색, 삶은 곁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기에 처마 끝,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눈가 끝, 흘러내리는 안도감은 생의 끝, 흘러내리는 다짐마저 여전히 갈망하나 포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2021. 5. 24.
아래
빛이 저 너머로 여행을 떠나면 우리는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 채비를 마쳤었다. 타고 남은 마음을 그러모으고 바닥을 구르는 말을 주워 담아 내 하루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어둠 아래, 미련은 늘 체류하나 우리에게는 쉼이 필요할 뿐이다. 2021. 5. 24.
고백
그저 끄적임이 반복된다. 붉게 홍조를 띤 심장을 뒤로한 채 역류하는 혈액을 억지로 삼키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수줍음으로 가늘게 떨렸던 맞닿아야 두꺼울 입술이 열리고 결국엔 부드러운 말재간을 한다. 그저 끄적임이 반복된다. 아직 초라한 설렘, 마음을 토해내니 입안을 맴돌던 말이 펜 끝에 달렸다. 끄적임 끝에 그저 막연한 기대. 서로가 서로의 의미를 키워주고, 뜻을 먹어치워 가게 되면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마음을 더듬기에 여념이 없을 터다. 2021. 5. 24.
곧, 있을
닳아 유순해진 열의를 저만치 밀어둔 채, 잠시 침잠하기를 원했다. 언제쯤 해묵은 기대가 지칠지, 날을 헤아리기를 멀리하고 의식을 흐리며 어딘가에 맡겨둔 꿈결을 애타게 기다린다. 미약한 광휘가 아름답다며, 곧 저물 해를 떠올리니 호선 위가 익숙하여 잊힌, 방울져 떨어진 그 옛을 번진 풍경채를 한없이 헤매여 다시 찾을 게 선했다. 차올라, 종래에는 가라앉을 한 때의 탄식이 아직 들릴까. 달뜬 숨소리는 희열을 빙자해, 또다시 묵빛으로 채색될까. 그리하여, 나는 짧은 안식으로 하여금 회상한 길을 닦아놓겠다. 그 작은 편린에 남을, 일그러진 기억이 변질되지 않도록.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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