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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Anemone

by 연안 어귀 2021. 3. 20.

심을 것이 자명하여도 결국에는 꺾어내겠습니다.

 

생에 끝으로 보낸 전언, 그때 즈음이면 바래기를 바라며

끊긴 언약은 굳셈이 없으리라고 세치 혀보다 멀리 두어

제게는 줄기 하나 짓이길 힘이 없으니 말을 잊겠습니다.

 

애초에 덧난 사랑이라도 끝내 아물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머물렀던 공간, 백골이 되어도 채워져 있기만을

한 맺힌 영혼은 떠나지 않을 거라고, 종결 뒤의 시작에서

제게는 아직 같은 종류의 씨앗이 남았다고 말하겠습니다.

 

시든 아네모네, 오직 그 뿐이던 정원을 보았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도 우리는 꺾기를 기약함과 뿌리내렸으며

지겹다고 농을 던질만한 인연은, 정말로 지겨워질 수 있기를

허나 제게는 오직 당신을 품을 여력 밖에 없기에 떠나겠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또 다시, 이 꽃을 한 번 더 심겠다 다짐하고

내 자신 밖에 없었던 동경을 언젠가 당신에게 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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