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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달래다

by 연안 어귀 2021. 5. 10.

울음이 소리를 잃은 새벽, 한 길 앞의 심정처럼 안개가 자욱하다.

 

낮게 우는 풍랑과 기척 없이 날 두드리는 미약한 빗줄기에 잠겨

쉼을 권유하는 한적한 풍경에서 그저 무겁고 탁한 숨을 내쉰다.

 

번져가길 반복해 이내 흘러내리는 세상이 발치에 고여만 간다.

 

탁한 녹청빛, 앞으로 헤질 날만 남은 색채가 사위에 만연하다.

이질감은 판단을 헤집었고, 익숙함은 이질감을 해소해냈다.

 

날개를 잃은 구름이 비탈을 굴러도 여전히 연기가 가득하다.

 

많은 이들이 독 품은 반딧불이를 쥔 채로 한판을 내뱉는다.

결국 다 타들어 온기를 잃으면 표정은 다시 검게 먹먹해진다.

 

그래, 우리 모두는 짧은 생은 기억하지 못하는 약속을 전해 들었다.

가장 찬란해 어쩌면 품위 없을지도 모르는 한 시절을 바치리라고.

 

좀 더 빛이 보였으면 해, 다시금 불빛을 켜 울먹임을 높이 피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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