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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조각 뒷짐

by 연안 어귀 2021. 3. 25.

음영을 이룬 점을 지워 곧은 선을 세우며.

 

청빛으로 그려낸 묵이 쏟아지는 화폭 안

투박한 선 사이를 누비는 사구의 바다여.

 

다른 한 켠을 부수어 벼랑을 담금질했던

쓰이지 않는 검으로 망설임을 깎은 이여.

 

무엇도 흩어내지 못한 폭풍의 눈을 찌르는

감각이 지나는 길을 도려내는 행동을 함에

시간이 잊은 발자취를 구태여 꺼내들었지.

 

곧은 선을 지워 다시 하나의 점을 찍으며.

 

뒷짐으로 악수를 하자던, 조각난 맹세의

주검을 불씨에 실어 보내는 일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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