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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어떤가요

by 연안 어귀 2021. 5. 11.

우습게도, 사실이라는 단어를 거짓을 고할 때 고르고는 했습니다.

그러니 애써 이해하지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당신은 자욱한 안개를 맞이하며 살짝, 입꼬리를 들었으면 합니다.

스스로를 알지 못한 채로, 잔잔한 수면을 마주해 벅차 흐느끼지 않도록

 

큰 보람도, 드높은 성취도, 자라난 기대 역시 조금은 덜어내도 좋습니다.

 

단지, 당신이 걷는 길이 누구와 같이 희미하지 않기를 소망하겠습니다.

모든 게 아득해질 언젠가, 뒤돌아보며 한 서린 탄식을 토해내지 않도록

 

아쉽게도, 거짓이라는 말조차 대부분 사실을 읊을 때 쓰고는 했습니다.

 

혹시 당신도 평온의 한적함과 차분한 고요, 헤아릴 수 없는 경이를 아실까요.

새벽에 흩날리는 밤조각을, 게으른 정오의 휘청임을, 밤중의 가라앉은 숨을

아마 당신도 한순간 떠올렸을, 혹은 절실히 다가왔을 나지막한 위로일 겁니다.

 

그러니 몽환에 취했다는 핑계로 당신에게 부탁을, 질문 하나를 청해도 되겠습니까.

 

어떤가요? 당신 곁에 있을 저는, 그리고 저를 곁에 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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