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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처마 끝

by 연안 어귀 2021. 5. 24.

곁에 있고 싶은지, 아니면 곁에 두고 싶은지

죄는 없겠으나 분명 사할 것은 있었다면서

 

처마 끝, 고인 물에 비친 하늘은 검었었기에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앞을 확신하고 있는.

 

곁에 남고 싶은지, 아니면 곁을 뜨고 싶은지

후회는 있겠으나 분명 이 길이 맞겠다면서

 

처마 끝, 온기가 맴도는 이곳은 어두웠기에

타오르는 불 역시 세상에 침전할 것이라며

 

무채색, 삶은 곁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기에

 

처마 끝,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눈가 끝, 흘러내리는 안도감은

생의 끝, 흘러내리는 다짐마저

 

여전히 갈망하나 포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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