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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옹알이

by 연안 어귀 2021. 7. 15.

여전히 붉은 살갗 아래, 공들여 닳아버린 마음이 헐떡인다.

한 때는 최선이라 믿었고, 지금도 믿어 의심치 않고 있건만

고심 끝에 내린 막 뒤편을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둔 밤에 떠오르는 장면이 미워, 이불을 뒤집어 써 데웠다.

온 하루가 숨결이 되어 좁은 곳에 머무르니 숨이 막혀왔다.

 

억지로 호흡을 뱉어 빈 공간을 만든다.

 

번진 글과 흘러간 말을 주워 담아 마음 속에 기워냈으나

떠내려간 시절을 다시 표현하기엔 너무 달라진 자신이여.

 

홍조를 띈 가죽 아래, 미처 녹지 못한 서늘함을 보았는가.

 

내가 바란 길은 끝내 굽어져, 추억할 옛 자리로 돌아왔으나

언제나 쓰다듬어 닳아버린 약속들은 형태를 잃은지 오래다.

 

그리, 앞으로 물러난 나는 대체 어느 날이 그리웠을까.

 

아무 것도 모르던 때인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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