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붉은 살갗 아래, 공들여 닳아버린 마음이 헐떡인다.
한 때는 최선이라 믿었고, 지금도 믿어 의심치 않고 있건만
고심 끝에 내린 막 뒤편을 확인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둔 밤에 떠오르는 장면이 미워, 이불을 뒤집어 써 데웠다.
온 하루가 숨결이 되어 좁은 곳에 머무르니 숨이 막혀왔다.
억지로 호흡을 뱉어 빈 공간을 만든다.
번진 글과 흘러간 말을 주워 담아 마음 속에 기워냈으나
떠내려간 시절을 다시 표현하기엔 너무 달라진 자신이여.
홍조를 띈 가죽 아래, 미처 녹지 못한 서늘함을 보았는가.
내가 바란 길은 끝내 굽어져, 추억할 옛 자리로 돌아왔으나
언제나 쓰다듬어 닳아버린 약속들은 형태를 잃은지 오래다.
그리, 앞으로 물러난 나는 대체 어느 날이 그리웠을까.
아무 것도 모르던 때인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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