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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영원한 악몽

by 연안 어귀 2021. 9. 27.

한없이 익숙할 첫머리를 매만진다.

흐름을 잃은 마디가 손끝에 내려앉으니

어느덧 생경해진 감촉의 숨결이 들렸다.

 

그에, 우리는 초라한 내게 말했다.

 

네 삶으로 빚은 일을 두려워 말라며

우습기 짝이 없는 불안을 숨기라 했지.

 

당연히, 내 모두는 그 뜻을 알았고

이미 사무치도록 새긴 일이 오래였다.

때문에 더욱 아니길 간절히 소망했다.

 

그럴듯한 말로 치장해 오물을 반짝이고

빌려온 광휘 귀퉁이의 향을 온몸에 뿌렸으며

옛적에 잃은 편린을 들춰 잿더미에 불씨를 피웠다.

 

그래, 우리 모두는 제 주제를 안다.

 

그 어느 것 하나 알면서 행하지 않은 불합리한 자신들이니.

어찌 그리도 추한, 불안하리 너무나 가까운 이를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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