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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by 연안 어귀 2021. 10. 10.

오래된, 차마 잊지 못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지막한 그리움과 색 바랜 옛 장소들이다.

그리, 감정이 된 표정과 향으로만 남은 장면에

또 한 번, 여전한 아둔함이 사무치게 미워졌다.

 

그에 목젖에 매달린 불안이 아득한 빛을 좇는다.

 

바닥에 끌리던 목줄을 붙잡아 짧게 고쳐 쥐었고

갈라진 바람의 항로를 틀어 빛 저변에 두었으며

닿지 못할 말들을 깊은 주름 사이에 끼워 넣었다.

 

지난 삶의 오물을 지워낸 도화지에 옛 꿈을 덧칠한다.

즐거워, 손 틈으로 흘러간 시간을 안타까워할 여유를 잃어  

여러 겹의 낮밤이 교차하고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가벼이 회상할 경험이여, 그렇게 스스로를 완성하는 시절이여.

바깥에 꺼내 놓은 불온은 여전히 부족함을 일깨워 나를 헐뜯겠으나

그에 기꺼이 언제라도, 목줄 끝에 덧없음을 달아둘 채비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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