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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다할 때까지는

by 연안 어귀 2020. 10. 27.

돌아가야 했었고, 다시금 출발했었던 길로

그저 하염없이 걷다 보니 또 돌아와 버렸다.

 

발자국을 깊이 새겨, 그 시절을 잊지 않도록

아득히도 떠올렸던 터라 작더라도 무거웠다.

 

그을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으로, 천천히

토해냈던 검붉은 불이 사그라든 장소에서

이번의 첫 호흡을 내쉬기만을 바라 왔었고

 

적어도, 이 무릎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는

다시 돌아와 시작하길 두려워하지 않아야

그래야만 내가 살아왔음을 잊지 않을 테다.

 

스스로의 길을 택하여, 한 줌의 혐오도 없길

 

이 세상이 끝나는 가파른 절벽을 마주하여도

그 아래로 육신을 던지는 걸 주저하지 않기를

 

단지, 곁에 누군가 있다면 질문할 터였다.

 

이 결말이 당신을 구슬프게 하지는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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