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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나무

by 연안 어귀 2020. 10. 27.

수줍게, 가지로 몸을 가렸으며

거칠게, 가지로 하늘을 찌르고

애틋이, 야윈 가지를 털었었다.

 

기억과 기록에 함께 지새운 이여.

 

낮게 이는 바람이 구슬피 울고

높게 뜬 고성이 빈 곳을 스치는

 

그때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이여.

 

이젠 그 터전만 오롯이 한 때에 남아

발길이 끊이지 않음에 복잡한 심정을

 

그 날의 나와 같은 표정을 지었던 이여.

 

선명한 재가 풍경채의 전부가 돼버린

우리가 만든 광경에 몸서리를 쳤었지.

 

생에 끝을 보지 못한, 고목이 없던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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