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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관계의 늪

by 연안 어귀 2020. 11. 14.

글은 지우면 그만이고, 말은 잊으면 그만이었나.

 

차분한 걸음으로, 찰나의 주저도 없이 걷겠다면서

서로 다른 모습을 그려내, 한 걸음씩 멀어지기만 한

마모된 감각으로는 본인이 만진 게 대체 무엇인지

아무리 내 감정을 부르짖어도 오지 못하는 것임을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해, 등을 맞대어 외면한다.

 

지금껏, 답을 알았다면 풀어내었음이 당연했다.

 

품어왔던 예전을 모조리 뜯어내는 일이 되려 허해

아직 발견되지 못한 난제 앞에서 만용을 부려버린

만화경을 족적 위로 세워도 헤아릴 수 없는 무엇은

아무리 내 잡념을 찢어보아도 흩지 못하는 것임을

 

우리는 지금도 알고 있어, 여전한 너를 바라본다.

 

언젠가, 내가 바라지 않아야 할 그 날이 오면

언젠가, 서로 말했던 당신을 마주하게 되면

그 때, 그제야 미련 없이 적어낼 수가 있을까.

 

진창이다, 진창이었다. 우리는 아마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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