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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여명 직후의 황혼

by 연안 어귀 2020. 12. 21.

백색 음영이 땅거미를 삼킨다.

 

생명이 없는 터전에 색조를 풀어

투명했던 공허의 틈을 메운 후는

나에게서 비롯한 것이 아닐 터다.

그리, 발을 굴러 울림을 덮어본다.

 

굽은 녹, 이 날붙이를 전부로 삼았었다.

 

붉은 실선의 양 시발을 잘라내어

첨단을 망설임과 함께 두었었고

나는 나를 위한 짐에 파묻히기를

이리, 고개를 저어가며 반복한다.

 

어둑한 그늘의 가루를 손에 쥐어

이 늘그막이 다시금 내려오기를

 

달이 뜨지 않은 밤을, 한사코.

 

난, 여전히 저항을 반복하는 등불 앞에서

명멸의 끄트머리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또, 여명 직후의 황혼에서 고개를 파묻는 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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