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음영이 땅거미를 삼킨다.
생명이 없는 터전에 색조를 풀어
투명했던 공허의 틈을 메운 후는
나에게서 비롯한 것이 아닐 터다.
그리, 발을 굴러 울림을 덮어본다.
굽은 녹, 이 날붙이를 전부로 삼았었다.
붉은 실선의 양 시발을 잘라내어
첨단을 망설임과 함께 두었었고
나는 나를 위한 짐에 파묻히기를
이리, 고개를 저어가며 반복한다.
어둑한 그늘의 가루를 손에 쥐어
이 늘그막이 다시금 내려오기를
달이 뜨지 않은 밤을, 한사코.
난, 여전히 저항을 반복하는 등불 앞에서
명멸의 끄트머리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또, 여명 직후의 황혼에서 고개를 파묻는 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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