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을 채우는 삶이 야속해질 무렵에
어느새 무뎌진 자신들을 발견했을까.
제 살을 베어내던 칼에 푸른 녹이 슬었으니
하잘 것 없는 쓰임새마저 사라질 게 두려워
덧난 상처를 갈고 닦아 언젠가를 돌려내었다.
추억이 될 시간 어귀, 과거는 미래를 쫓을 뿐.
남은 핏기를 증발시킨 나잇살의 점성 아래
익숙한 핏덩이를 가꾸는 단에 머리를 뉘여
지금을 삭히던 향기를 멀리로 떠나보낸다.
어느 날의 태양은 한 없이 시리기를 바라며.
마음 한 켠에 고이 매어둔, 성에가 낀 내 꿈결들을
언젠가 꺾인 지성이 나를 거대한 아이로 만들 때에
조금 남은 기억으로 하여금, 현재를 잊기를 바라며.
이 모든 변화들이 결국 닳아없어질 순간을 기다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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