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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변화

by 연안 어귀 2021. 2. 9.

빈틈을 채우는 삶이 야속해질 무렵에

어느새 무뎌진 자신들을 발견했을까.

 

제 살을 베어내던 칼에 푸른 녹이 슬었으니

하잘 것 없는 쓰임새마저 사라질 게 두려워

덧난 상처를 갈고 닦아 언젠가를 돌려내었다.

 

추억이 될 시간 어귀, 과거는 미래를 쫓을 뿐.

 

남은 핏기를 증발시킨 나잇살의 점성 아래

익숙한 핏덩이를 가꾸는 단에 머리를 뉘여

지금을 삭히던 향기를 멀리로 떠나보낸다.

 

어느 날의 태양은 한 없이 시리기를 바라며.

 

마음 한 켠에 고이 매어둔, 성에가 낀 내 꿈결들을

언젠가 꺾인 지성이 나를 거대한 아이로 만들 때에

조금 남은 기억으로 하여금, 현재를 잊기를 바라며.

 

이 모든 변화들이 결국 닳아없어질 순간을 기다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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