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22 다할 때까지는 돌아가야 했었고, 다시금 출발했었던 길로 그저 하염없이 걷다 보니 또 돌아와 버렸다. 발자국을 깊이 새겨, 그 시절을 잊지 않도록 아득히도 떠올렸던 터라 작더라도 무거웠다. 그을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으로, 천천히 토해냈던 검붉은 불이 사그라든 장소에서 이번의 첫 호흡을 내쉬기만을 바라 왔었고 적어도, 이 무릎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는 다시 돌아와 시작하길 두려워하지 않아야 그래야만 내가 살아왔음을 잊지 않을 테다. 스스로의 길을 택하여, 한 줌의 혐오도 없길 이 세상이 끝나는 가파른 절벽을 마주하여도 그 아래로 육신을 던지는 걸 주저하지 않기를 단지, 곁에 누군가 있다면 질문할 터였다. 이 결말이 당신을 구슬프게 하지는 않느냐고. 2020. 10. 27. 울었다 비스듬하게 눌러쓴 희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염없이 휘적이며 지문을 지긋이 새겼다. 바람이 잔재로 돌아가며 흩어버린 이야기가 귓가에 홀연히 스며 들어가 고개를 짓눌렀다. 혹시나, 기대하며 홍조를 볼에서 떼어 포장하나 골판지의 초췌한 향내에 다시금 울고 말았다. 2020. 10. 23. 이전 1 2 3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