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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굳게

by 연안 어귀 2021. 5. 10.

명을 받을어, 내 바람을 오래도록 잠재우자.

 

불어와, 등을 받치는 격려는 발을 내딛어

처연히, 남겨놓은 위로는 기합을 내질러

감싸오는 손길이 미처 닿아올 수 없도록

 

그리하여, 굳게 눈을 감아본다.

 

체념함으로, 굴종의 의념을 심상 내에 새기자.

 

점을 찍어 지금까지의 시간을 가두고

선을 그어 지금부터의 형태를 다듬어

원을 그려 길고 긴 지금을 밀어내기를

 

그리하여, 굳게 때를 잊어본다.

 

언젠가, 한낱 미물조차 만상에 침묵을 흩뿌리면

난 낮과 밤이 교차하는 경이 속에서 회상하겠다.

 

굽이치는 여명이 폐부 심층까지 들어차도록

꺼져가는 황혼이 다음 날에 다시 돌아오도록

전혀 다른 파장도 함께 얽혀 나아갈 수 있도록

 

그러므로, 굳게 서 견뎌내겠다.

 

그렇게 비로소, 더 이상의 각오가 필요치 않을 때

나는 첫 모습 그대로 유유자적히 흘러가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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