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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기어가는 하루

by 연안 어귀 2021. 3. 18.

낡은 목줄이 땅에 끌려 끊어질까.

 

매 번 기다려달라며 칭얼거리던

기어가는 하루를 품에 안아본다.

 

조금은 쉬어가도 좋지 않냐며

우리 함께 기어가자고 했었던

네가 그리 내 발치에 밟혔었지.

 

매일, 팔만육천사백 번의 걸음

언제나 동일하게 기어가던 너는

내 뜀박질에는 너무도 느렸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재촉을 달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끈이 점차 느슨해져

거친 길바닥에 닳고 닳아 끊어지니

 

내가 매듭을 짓는 동안에도 기어가는

반복되는 하루를 이젠 모를 수 없기에

너를 보며, 낡은 줄을 목덜미에 감았다.

 

우리는 두 발로 여전히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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