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를 비집고 무언가가 들어왔다.
견고하기만 했었던, 나의 철옹성에
낯설기만한 이방인이 발을 붙였다.
이 구멍을 막지 않았던가.
이전에 나의 사람이 빠져 나갔던 곳을
보는 것만으로 구슬피 여겨 그런 걸까.
영원히 한결같을 줄 알았던 거리에
생전 처음보는 발자국이 남아있다.
전투를 두려워한 나머지 한 명의 병사도 없었다.
저 자를 내쫓을 이도, 앞에서 마주할 이도 없다.
남아있는 몇 사람들은 창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성 안의 이제 쓰지 않는 방을 열었다.
한 줄기의 빛만 남아있는 돌무덤을 부순다.
역시나 어떤 것도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이곳저곳으로 굴러간 돌을 짊어지고 걷는다.
저 이방인이 혹시나 이곳으로 다시 나갈까.
흔적으로 다른 흔적을 메우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그리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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