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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어디에도

by 연안 어귀 2024. 1. 5.

고요가 지나치다.

 

아스라이 남은 목소리와 눈빛, 차분한 웃음

가끔씩 드러나는, 그리움과 달라졌을 흔적마저

모두가 저변 아래에 묻혀 숨을 죽인지 오래다.

 

한 때는 남겨진 내가 안타까워 울었고

어느 날은 슬피 여기던 이유를 잊어 불안했으며

오늘은 그조차 지나가 덤덤한 삶이 비참할 따름이다.

 

그래, 익숙함이 지나쳤다.

 

나는 여전히 처음처럼 목청 높여 울어야 한다.

폐부의 호흡 한줌 남기지 않고 쉼 없이 흐느껴

놓친 것이 언제나 저변 위로 떠오르게 했어야 했다.

 

그리 뉘우쳐야 지나치지 않을 터다.

 

홀로 멀리 떠나버린 때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때

그토록 어설프고 미숙하여 놓쳐버린 시절이

음성이 들리는 곳, 시선이 닿는 곳, 서로 마주볼 자리

 

누군가는 지나치다 말하도록 소중히 간직해

나를 더욱 더 살아가게 만들 모든 장면들이

어디에서도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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