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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울

희미한 여명

by 연안 어귀 2020. 11. 2.

두꺼운 솜으로 몸을 감싸고

입술 사이로 스미는 울음을

억누르기 위해 더 밀착하여

 

차게 밀려오는 밤바람으로

눈주름에 고여있는 잿물을

얼려 떨어뜨리기 위하기를

 

나는 눈가를 촉촉이 물들여

자라나 몇 안 되는 별빛을

곱게 뭉개어 밝게 비추니

 

엉킨 실타래로 차오를 뿐인

뇌리를 먹먹하게 눌러 달라

때 묻은 두 손 모아 빌었다.

 

쓰디 쓴 염원임을 앎에도

옛적의 희망인 걸 앎에도

그저 너무 짓눌린 삶이기에

 

홀로, 내 낮은 바람을 불러오고는

말을 삼켜대는 어리숙한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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