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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울

청빛 홍조

by 연안 어귀 2020. 10. 28.

막 피어난 불을 짓눌렀다.

 

녹아내리는 살갖, 숨이 삼키는 열기가 차고

무의식이 새긴 방향으로 몸을 휘청인다.

 

많은 말을 했다.

 

힘없이 뱉은 심장의 고동이 들리지 않는다.

뜻을 탐한 단어에 나의 그릇된 욕망 또한

청색 불 위에 지펴 차가운 열의를 만든다.

 

설렘이 느껴졌다.

 

이성의 품 안에 잠들었던 홍조가 어렸다.

 

나의 감정이여, 나의 기억이여.

 

내가 잊은 나를 찾을 때까지는

이 혐오감이 내게서 떠나지 말기를

 

내가 나를 잊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이 대지 위의 거름이 되지 않기를

 

나의 상흔이여, 나의 죄악이여.

 

나의 이 추악함을 깊이 박아넣어

언제나 동경할 수 있게만 해다오.

 

나의 악의가 영원히 머무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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