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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쓰다

by 연안 어귀 2020. 11. 10.

느린 정취, 순흑의 강에 띄운 의념이여.

 

반전된 표면에 남아있을 허한 들판과

씨앗으로써 늙음을 나타낸 내 벗이여.

 

부디, 이질감이 이 평온함에 희석되어

삽시의 형태가 의연한 흔적을 남기기를

불어와, 형상을 잊은 바람에게 말하라.

 

이 손가락 끝에 애처로이 매달려있는

검붉은 나의 산행이 흐릿히 퍼지기를

 

피륙으로 일구어낸 일부의 전부를, 마침내

 

당신을 그리며 마련해둔 보잘것없는 공간에

사선의 토악질을 해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잉크가 마르지 않는 이 낮은 활기가, 돌아오는 길로

우울의 실타래가 만개할 수 있는 이 평야에 오기를.

 

없는 기약을 마치며, 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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