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녹은 초침이 방울져 떨어지니
언젠가 내 등불이었던 불씨를 모아
있는 한 살며시, 아련히 끌어안았다.
그런 바람이 뒤돌아서고, 끝내 불어와
한 여름밤, 불청객의 한기가 감도는 날
마음마저 온기를 잃어 끝내 얼어붙으니
내게 일 초란 더는 소중히 여기지 않고
또다시, 분침이 녹아 흘러내리고 만다.
언제나 무심코 걸었듯, 내 시간의 한 켠
어느 깊은 곳에서 조용히도 흘러내린다.
희끗해진 시야만큼, 더는 타오를 것 없는 삶
시계 위에 우두커니 서 바닥을 바라보니
마침, 허망히도 시침이 떨어지는 참이다.
익숙한 숫자들과 더는 돌아올 수 없는 그리움
지나간 그때, 그 날의 순간들이 어디에 있을지
평범한 나는 단지, 늘 다급해 중요함은 뒷전이었기에
녹아내린 시간을 하릴없이 기억으로 음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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