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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울

더, 더, 더

by 연안 어귀 2021. 3. 10.

날개없는 피식자의 벼락질이었다.

 

그 자신이 풍랑의 예기라도 된 것처럼

폐를 조각낸 탄식을 바람이라 불렀다.

 

부디, 이 검은 깃털이 창공을 쪼길 때

일순이 피사체가 되어 머물러 달라고

죽어버린 나의 신에게 모진 말을 했다.

 

그래, 철새가 지나갔던 항로는 그랬다.

그저 한 삶이었고, 이전의 가르침이었다.

 

다만, 그 날갯죽지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차게 끓어오른 낮은 감흥이 염원을 했지.

 

더 낮은 곳으로, 비탈길을 구르기 원했던가.

 

이 모든 모남이 고통에 찌그러져 끝나기를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더는 비집지 못하도록

 

무지를 세워 깨달았었던 곳, 거기 말이야.

 

네가 줄곧 소망해왔던 낙원으로 가고 있어.

더는 최악을 말하지 않게, 진정한 종결으로

 

더, 더, 더…

 

조금만 불안을 뜯어먹으며 기다려줘.

담을 수 없던 것에 거의 다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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