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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색

그리웠다

by 연안 어귀 2020. 10. 24.

여명과 황혼의 입맞춤이 사그라드는

눈꺼풀 위로 떠오르는 아득한 풍경에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하늘을 보고

검은 호수 안에 일렁이는 것을 떠올리며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흔들었다.

 

단지, 그리웠던 것일지도 몰랐다.

 

어릴 적의 이유 없는 울음소리에 밀려난

소싯적의 외침 없는 절규 속에 피어났던

시들어버린 나의 꿈을 그린 걸지도 라며

그리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었다.

 

단지, 나는 이런 글이 그리웠던 건지도 몰랐다.

 

꺼질듯 일렁이는 불꽃을 빈틈없이 감싸 쥐며

홀로 일렁이는 불씨가 내 품 안에서 싹을 틔우길

 

단지, 나는 그때의 내가 그리웠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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