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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
미처 굳지 못한 점토로 발자국을 찍어냈었고 녹슨 행로가 야위어가지 않도록 비벼댔으며 우윳빛 호수 안에 잠든 작은 하늘을 보았다. 분명 홀로 고개를 떨구며 자리를 잡았지만 풍랑은 곁으로 와 피륙을 넘은 반려가 되어 연어는 발치에 기대어 생명을 뱉어냈었다. 눈가의 호선을 따라 그려진 물길을 타고 의미를 넘어선 연유를 찾아 손을 담갔다. 북쪽, 눈꽃을 가루 내어 만든 백색 사막에 정처 없던 발길을 멈추고 여린 발바닥을 처음답도록 한 번, 조심스레 찍어냈었다. 2020. 10. 23.
마침표를 찍었나
산기슭에서 내려온 동장군의 입김이 가시지도 않았다. 기울어진 표정이 엇갈린 창백한 색채의 건물 안에 다홍색의, 허나 칙칙해 보이기만 하는 온기가 핀다. 우리는 정말 끝이라며 새로움을 약속했나. 피어오르며 내려앉는 장소, 회잿빛 매캐한 냄새가 결국 코 끝에서 멀어져 손아귀에도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나. 지금까지 세워왔던 기둥은 뒤이어 들어오는 이에게 잠깐의 조력으로 남아 무언가를 완성하고 말 것인가. 나는 정말, 결국 사진 한 장으로 남게 될 흔적에서 이제 녹은 웃음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 맞을까. 2020. 10. 23.
울었다
비스듬하게 눌러쓴 희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염없이 휘적이며 지문을 지긋이 새겼다. 바람이 잔재로 돌아가며 흩어버린 이야기가 귓가에 홀연히 스며 들어가 고개를 짓눌렀다. 혹시나, 기대하며 홍조를 볼에서 떼어 포장하나 골판지의 초췌한 향내에 다시금 울고 말았다.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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