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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울

마침표를 찍었나

by 연안 어귀 2020. 10. 23.

산기슭에서 내려온 동장군의 입김이 가시지도 않았다.

 

기울어진 표정이 엇갈린 창백한 색채의 건물 안에

다홍색의, 허나 칙칙해 보이기만 하는 온기가 핀다.

 

우리는 정말 끝이라며 새로움을 약속했나.

 

피어오르며 내려앉는 장소, 회잿빛 매캐한 냄새가

결국 코 끝에서 멀어져 손아귀에도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나.

 

지금까지 세워왔던 기둥은 뒤이어 들어오는 이에게

잠깐의 조력으로 남아 무언가를 완성하고 말 것인가.

 

나는 정말, 결국 사진 한 장으로 남게 될 흔적에서

이제 녹은 웃음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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