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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망

한 줄

by 연안 어귀 2020. 11. 10.

낙서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 정도 그리겠다며

짧은 선 하나를 천천히 그었다.

 

내일 서 있는 장소, 그 높이에선

끝자락조차 종결되는 모습일지

평탄하여 여유를 부리게 될지는

알지 못하나 일단 연필을 들었다.

 

아쉽게도 지울만한 수단이 없었다.

 

잘못 새겼다며 손으로 성의를 다해

열심히 비벼보지만, 묻어날 뿐이다.

 

선의 끝이 맞물리고, 서로 스치며

함께하지 못한 장면이 들이친다.

 

선명하나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런 윤곽이 눈꼬리를 타고, 울컥

격하게 솟아올라 그었던 선 위로

뚝하고 떨어져 희망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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