듯한
상상하고 있을까, 피로에 젖어든 모습을 괜히 또, 안타까운 듯한 마음이 있다. 되새기고 있을까, 남기고 간 이야기들을 스치는, 애처로운 듯한 마음이 있다. 청명한 새벽을 폐부 가득히 채워 넣으면 무심코 당신이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울적해져버린 듯한, 그런 마음이 있다. 잘하고 있는 걸까, 낡은 향이 배인 곳에서 금세 또, 기대고 싶은 듯한 마음이 든다. 잘되고 있는 걸까, 나아진다는 느낌이 없어 그리, 널 보고 싶은 마음이 밀려오는 듯했다. 계절이 교차하는 시절의 하루, 그 하나의 복판. 황혼이 몸을 뉘인 초록의 끝에서 숨을 내쉬면 수없이 고대하는 날이 조금은 다가올까 싶어 그리움이 되려 커진 듯한, 그런 마음이 든다. 굳어짐과 대비되어 요동치는 듯한, 혼란함과 엇갈려 가라앉은 듯한 굽은 등을 남..
2021. 5. 10.
그대
내가 바라던 나에게 하듯, 그대를 내가 익숙한 나에게 하듯, 그대를 그 사이에는 내가 없다며, 그대를 저는 그대를 그리 생각하겠습니다. 적어도, 내가 나를 위하는 이기심보다는 적어도,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맘만큼은 적어도, 그대가 나를 떠올려주는 수보단 저는 그대를 그리 생각하겠습니다. 그대여, 당신이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나는 그대가 꿈꿔왔던 사람이 아니라는 그 사실은 여전히 뒤에 숨긴 그 상태로 저는 그대가 지금 바라는, 그 곁에 머무르겠습니다. 행복하지만 언제나 어색할, 이 따스한 자리 위에서 그대여, 저는 지금보다 더 당신을 염원해도 될까요?
2021. 3. 20.